“시보 순경 때 퇴근하고 여가가 생기면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를 챙겨보며 과학수사관의 꿈을 키웠습니다.”
순경 시절 CSI를 즐겨보던 이지연(37)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는 최근 미국 국제감식협회(IAI) 현장감식 분석관 자격을 취득했다. IAI는 1915년 미국 범죄감식 분야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감식 분야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곳이다. 한국 경찰이 IAI 현장감식 분석관이 된 건 처음이다.
‘CSI 키즈’였던 이 경위는 바쁜 경찰 업무에도 과학수사의 꿈을 키우며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과학수사과에 진학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과학수사관이 됐을 때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경위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미국의 발달한 법과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미국 과학수사에는 사건 현장에서 감시 기구나 증거물을 정리하는 구역인 ‘버퍼존’(Buffer Zone)이 있는데 국내 현장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병하(46)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도 현장감식 분석관 자격 인증에 합격했다. 최 경사는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익히던 것들을 학문적으로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시험에 응시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다행히 합격해 후배들에게 면이 선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확보한 증거물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고 유죄 입증 판결에 도움이 되는 걸 볼 때 과학수사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 과학 수사는 동남아나 남미 쪽에 수사 기법을 전수할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 경찰이 국제적 인증을 받을 정도 수준이 올라왔음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