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깊고 낮은 교회

입력 2023-12-15 03:06

한국교회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고 지경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코로나19 기간엔 교회가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이제 교회의 성경적 본질을 찾아 그 깊이를 돌아봐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세우고자 하신 교회가 바로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깊이 뿌리 내린 교회였기 때문입니다.(마 16:13~19)

교회는 성부 하나님께서 세상 중에 불러 모으신 하나님의 백성이고(벧전 2:9~10), 예수님을 머리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며(고전 12:27; 엡 4:12~16), 성령님께서 거하시는 성령의 전이기에(엡 2:19~22), 교회는 오직 성삼위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잊고 사람이 주인 노릇을 하며, 인간의 욕망을 위해 교회를 이용할 때 교회는 타락하게 됩니다. 교회의 주인이 성삼위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고백하며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루어,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전적으로 따르는 공동체가 성경이 말하는 교회입니다. 이 땅의 교회가 다시 한번 ‘오직 성삼위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공동체(에클레시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세상에서 불러내신 이유는 예수님을 ‘주요 그리스도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만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마 16:13~17)

교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예배하며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과 사랑을 만나고 말씀과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 깊게 알아가는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만나는 사귐(코이노니아)의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구원의 은총으로 새롭게 창조된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세상의 모든 차이를 넘어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롬 12:15) 함께 삶과 소망을 나누고 서로를 섬기며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누리는 공동체, 곧 깊은 만남이 있는 공동체가 바로 주님의 꿈인 것입니다.

교회는 바른 신앙고백 위에, 그리고 그 고백적 능력 안에 있는 사람을 통해 세워져 가는 공동체입니다.(마 16:18~19). 교회는 바른 신앙의 터 위에 든든히 세워지도록 말씀을 배우고 나누며, 그 말씀을 삶에서 실천하는 제자공동체가 돼야 합니다.(마 28:20) 말씀의 근본을 든든히 붙잡는 교회를 음부의 권세가 결코 이기지 못합니다.(마 16:18) 말씀을 깊이 배우고 삶으로 깊이 고백하는 교회가 바로 주님의 뜻입니다.

교회는 천국열쇠를 받아 하늘의 뜻과 사랑을 펼쳐내도록 보냄을 받은 공동체입니다.(마 16:19) 하늘의 복을 세상 속으로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되어(창 12:1~3) 세상을 치유하고 복되게 해야 합니다.

땅끝까지(행 1:8), 세상 끝날까지(마 28:20)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며 헌신하는 소금과 빛이 돼(마 5:13~16), 그리스도의 사랑(요 3:16)과 영광의 소망(골 1:27)을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깊은 다리를 놓는 교회가 바로 주님의 소원입니다. 이 땅의 교회가 ‘깊은 교회’가 되고 주님처럼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는(막 10:42~45) ‘낮은 교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메마른 세상에 감동을 주고 거룩한 영향력으로 어두운 세상에 소망의 빛을 비춰주는 교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김열 목사(여수 예울교회)

◇남쪽 땅끝 여수 예울교회는 예수님의 울타리 안에서 소박한 행복을 가꿔가며, 예수님의 은혜의 너울을 늘 갈망하고, 예수님의 울림(메아리)이 되는 삶을 꿈꾸는 공동체입니다. 담임 김열 목사는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구약학 교수로도 섬기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