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아홉시까지는 시편을 낭송하고 기도하면서 천을 짭니다. 낮 동안에는 거룩한 교부님들을 떠올리고 예언자들과 사도들, 그리고 순교자들의 역사를 되새기며 마음을 집중합니다. 남은 시간에는 손으로 일하고 식사를 합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에 위로를 받고 소망 가운데 살다가 내 생을 마치기를 바랍니다.”
4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기독교 공동체 소속이던 알렉산드라 암마의 전언이다. 암마는 여성 수도자, 압바는 남성 수도자를 일컫는다. 미모의 소유자였던 알렉산드라 암마는 원치 않는 남자의 집요한 구혼을 피해 사막의 고대 묘실에 들어가 입구를 봉쇄하고 친구가 넣어주는 음식과 물품으로 살면서 홀로 수도 생활을 했다.
초기 기독교 사막에서 수도한 암마들의 이야기가 번역돼 출간됐다. 이덕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과 딸인 이용지 미국 볼티모어 아뷔터스교회 목사가 함께 미 베네딕토수녀회 로라 스웨인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이사장은 “도시의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사막으로 들어갔던 암마들의 순수한 영성이 오늘 우리에게도 사막의 별빛처럼 다가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