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경험한 뒤 영적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예배 현장을 떠난 이들이 팬데믹 후에도 상당수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교회학교도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움에 빠졌다.
교계 원로인 송용필(85)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 신임 연합회장은 이런 영적 침체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교회가 숫자만 불리는 성장주의가 아닌 소수지만 영적으로 무장된 군사를 길러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송 연합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교회가 말씀 운동, 다음세대 회복에 전력하도록 카이캄도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카이캄 연합회장에 세 번째 선출된 그는 “주님은 그동안 저의 인생 가운데 가장 적절한 때에 있어야 할 곳에 있도록 이끄셨다”며 “저의 갈 길이 마쳐가는 줄 알았는데 주님이 다시 필요하다 하시니 달릴 채비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세 번째 연합회장으로 섬기시는데 각오가 궁금하다.
“2011년 카이캄 4대 연합회장으로 처음 섬기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해부터 카이캄은 매년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아 총회에 보고하기 시작했고 안수지원자를 대상으로 인성 심리 테스트도 도입했다. 카이캄 소속 신학 교수들이 직접 문제를 내고 채점하는 ‘목사고시 시스템’도 확립했다. 2017년 7대 연합회장을 지낸 뒤 6년 만에 세 번째 연합회장으로 섬기게 됐다. 세 번째라 수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대 상황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독립교회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면 하나님께서 오늘의 카이캄에 필요한 새로운 사명을 주실 것이고 새 비전도 갖게 하실 것이다.”
-어떤 사역에 힘을 쏟을 예정인가.
“설립 26년 차가 된 카이캄은 독립교회연합회로서 복음주의 신앙에 동의하는 모든 교회와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리·교파의 벽을 뛰어넘어 같은 주님을 섬기고 있다면 얼마든지 동역할 수 있다. 카이캄의 장점을 십분 살려 전 세계로 외연을 확대하고 싶다. 카이캄이 미국 독립교회들을 보며 시작됐는데 이제는 반대로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 교회와 교제하는 카이캄이 되길 원한다. 또한 다른 교단처럼 매년 열심히 사역하는 작은 교회를 선정해 후원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카이캄의 큰 교회와 협력해 작은 교회를 돕는 방안도 모색하려 한다.
카이캄 교회들을 대상으로 일일 사경회를 열고 회원 교회를 돌보는 역할도 감당하겠다.”
-팬데믹 후 ‘영적 침체기’에 맞서 카이캄은 어떻게 대응하나.
“예배 현장을 떠난 이들이 상당수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교회학교도 무수히 문 닫았다. 결국 팬데믹으로 인해 신앙에 타격 입은 이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비록 숫자가 적을지라도 영적으로 단단한 신앙을 가진 용사를 길러내야 한다.
제가 총재로 동역하고 있는 국제선교단체 어와나코리아는 팬데믹 기간에 크게 부흥했다. 400여개 교회의 1만여명 교사와 4만여명 어린이가 참여해 말씀으로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사역을 펼쳤다. 카이캄도 어와나와 함께 말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성도들의 숫자가 아니다. 소수일지라도 거듭난 성도들이 참 그리스도인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면 한국교회의 영향력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교단 정치를 탈피하고자 카이캄을 찾는 젊은 목회자가 늘고 있다.
“교단 신학교 출신 중 카이캄에서 안수받기 위해 오는 청원자들과 교단을 탈퇴하고 카이캄에 가입하는 교회가 많아질수록 카이캄 회원이 증가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교단 정치라는 아픈 단면이 담겼다는 뜻이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독립교회도 장단점이 있다. 불필요한 규제나 제재 없이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마음껏 사역하고 싶다면 카이캄에 만족할 것이다. 그렇다고 카이캄이 교단과 대치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에서 자유하되 오직 하나님만 따른다’는 정신에 따라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충실할 것이다.”
-리더십 부재와 결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카이캄은 교단과 같은 조직이 아니다. 교단은 총회장이 리더로 나서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모양새지만 독립교회는 전혀 다르다. 각 교회의 주인 되신 주님이 리더가 되시고 이 리더십에 순종하며 각각의 독립교회가 사역을 감당한다. 따라서 카이캄 차원의 리더십은 사실 불필요하다.
회원간 화합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일부 동의한다. 카이캄에는 독립교회가 좋아서 오신 분들이 모여 있지만 그 안에 관계 지향적인 분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종종 독립교회 사역을 하면서 외롭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교제와 연대를 필요로 하는 회원들끼리라도 교제할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독립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다만 기수별 모임이나 지역별로 카이캄 교회들이 모임을 하는 것 등은 권장할만하다고 본다.”
-카이캄의 기도 제목을 나눠주시면.
“요한일서 1장 3~4절 말씀처럼 카이캄 회원들의 교제가 원활히 이뤄지고 이로 인해 연합의 기쁨을 더욱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카이캄은 성경공부 공과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인데 미국의 좋은 교재를 번역해 공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
-한국교회를 향해 권면하신다면.
“한국교회가 영적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명실공히 세계에서 최고의 교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다 함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믿음에 멈춰선 안 되며 믿음 위에 덕을 쌓고 믿음을 행동으로 보이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교회학교를 살려야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