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던 다른 호흡기 감염병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다양한 방역조치 덕분에 매년 유행하던 인플루엔자가 2020년, 2021년에는 유행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전세계적으로도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2022년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여름부터 인플루엔자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 유행이 1년3개월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플루엔자 이외의 다른 호흡기 감염병 발생 양상도 달라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 주로 가을철에 유행을 보이던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산후조리원에서 집단 발생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그리고 어린이 폐렴의 주요 원인인 메타뉴모바이러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병 발생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올 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호흡기 감염병 발생이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주변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4~6일 개최된 한·일·중 감염병 예방관리 포럼 및 심포지엄에서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이른 시기에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여름부터 시작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으나 신종 감염병은 아니다. 국내에서 지난 2010년 12월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고 3~4년 주기로 유행한다. 2019년에 큰 유행이 있었고 올해도 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러한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은 의료계 및 관계 부처와 함께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복지부, 식약처, 교육부와 합동으로 구성했다. 합동대책반 운영을 통해 매주 호흡기 감염병 발생 현황과 항생제 내성 상황을 분석하고, 항생제를 포함한 치료제 수급과 소아병상 상황을 점검하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또한 전문가들과 함께 중증 내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환자 대상 항생제 치료기준 확대와 진료지침 보급 등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을 신속히 실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 백신이 개발돼 있는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해 호흡기 병원체의 동시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기침예절, 손씻기 등 예방수칙도 적극 홍보해 호흡기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