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슈퍼 선거의 해’,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가능성

입력 2023-12-13 04:07
유정열 KOTRA 사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4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수출과 무역 환경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40여개국이 일제히 선거를 치르며 정치 리더십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폴란드에서 일어난 8년 만의 정권 교체로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계약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반도체·배터리 등 다른 산업에도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12일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의 리더십 변화에 따른 통상 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2024년 세계경제 통상전망 세미나’를 열고 한국의 수출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외 무역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사로 나선 스콧 린시컴 미국 케이토연구소 무역정책센터장은 “내년 미국의 무역 정책은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의 영향으로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11월 미 대선에선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과거 제조업 중심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제조업 부흥을 골자로 한 ‘바이 아메리카’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원 민족주의 기조도 계속될 전망이다. 손양림 코리아PDS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핵심 광물 공급 제한 카드까지 꺼낸 상황”이라며 “공급망 리스크가 올해보다 더 심해질 수 있어 생산 차질, 물류 불확실성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첨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주요국의 보호주의 장벽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2024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를 열고 내년 세계 질서 급변에 관한 기업과 정부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세계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고금리 등의 변화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양상”이라면서도 “국내 기업과 정부의 공동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정치·경제 질서 변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트라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인공지능(AI), 로봇 등에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