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사상 길이 남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오타니 쇼헤이(사진)간 초대형 자유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났다. 총액 7억 달러(약 9200억원)의 97%를 10년 뒤부터 수령하는 골자로 파악돼 리그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미국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가 연봉 7000만 달러 중 6800만 달러(97.1%)를 지연 수령하는 조건으로 다저스와 계약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금액은 계약이 끝나는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무이자로 순차 지급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오타니는 연 200만 달러(약 26억원)의 ‘헐값’에 10년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뛰게 됐다. 지난해 빅리거 평균 연봉 422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출 부담을 줄이려는 구단과 우승에 목마른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같은 계약은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86년 빅리그에 데뷔한 바비 보니야는 선수 생활 말년 뉴욕 메츠에서 방출당하면서 잔여 연봉 590만 달러를 ‘이자 8%, 10년 거치, 25년 분할 상환’ 방식의 연금식으로 받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메츠는 2011~2035년까지 해마다 보니야에게 119만 달러 넘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 현지에선 지급일인 7월 1일이 ‘보니야 데이’로 통할 정도다. 켄 그리피 주니어, 맥스 슈어저 등 다른 유명 선수들도 지연 지급을 활용했다.
다만 오타니의 경우 ‘배꼽’이 지나치게 크다. 실제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안 지급되는 금액이 총액의 3%도 채 안 된다. 올해 다저스의 선수단 연봉총액은 2억2271만 달러 가량이었다. 오타니와 정상 계약을 체결했다면 2024년엔 사치세 부과 기준액인 2억3700만 달러를 넘겼겠지만 지연 지급 조항을 활용해 이를 피해갔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세기의 계약’에 직격당할 처지다. 다저스는 오타니 없이도 최근 10시즌 중 9시즌 지구 챔피언에 올랐다. 시즌 100승 고지를 찍은 것도 4번이나 됐다. 다저스는 오타니 계약 이후에도 계속 선수 영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