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내년 글로벌 경제 최대 위협”… 기관투자가 절반 ‘지정학적 악당’ 지목

입력 2023-12-13 04:06
국민일보DB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2024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지정학적 악당(geopolitical bad actors)’을 지목했다. 지정학적 위기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실수나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투자은행 나티시스가 기관투자가 500명에게 내년 최대 경제 위협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49%가 ‘한 번의 행동으로 전 세계 경제와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지정학적 악당’을 꼽았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비 감소가 48%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정책적 실수(42%), 중국 경제 침체(30%), 대중국 관계(28%) 순으로 나타났다.

나티시스는 “기관투자가들은 지정학적 환경이 2024년으로 갈수록 불안정해 보이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과 북한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기 위해 동맹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위험과 관련해 응답자의 64%는 중국의 야망이 세계 경제를 두 개 권역으로 나눌 것으로 전망했다. 73%는 그로 인해 대중국 투자 매력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70%는 북·러·이란 간 동맹을 우려하며 그로 인해 경제적 불안정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리서치 조사에서 89%가 내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의 지정학은 구조적인 시장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의 유리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한·미동맹 70주년 세미나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러시아)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스스로 동의한 안보리 결의와 유엔 헌장을 이렇게 빈번하게 위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차관보는 “우리는 유럽연합(EU) 파트너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주요 7개국(G7)의 다른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