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한 종류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뜻하는 ‘멸종’. 대체 얼마나 살아남기가 버거웠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까. 우리와 함께 호흡하던 생명이 하나도 아닌 종 전체가 완전히 절멸했음을 선언하는 멸종은 듣기만 해도 깊고 아득한 우울감으로 마음을 억누른다. 수십억년의 지구 역사를 보면 화산활동 같은 극단적인 자연환경 변화나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재난으로 생물계의 아포칼립스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였던 이전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달리 여섯 번째 대멸종은 명백히 인간의 영향이라는 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생물학자 마이클 리드 박사는 “현재 동식물은 자연적으로 멸종하는 속도의 최소 1000배, 최대 1만배에 달하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인간에게 선택받은 몇몇 동식물은 문명의 보호 아래 개체를 보존하며 살아남는다. 그러나 수많은 생물이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포획,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지난 100년 동안 아프리카 사바나와 사막,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20%가 사라졌다. 미국 중남부 및 남동부에 서식한 것으로 알려진 상아부리딱따구리는 서식지 파괴로 인해 1967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고 결국 2021년 멸종됐다. 푸른 별 지구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실상이다.
따뜻한 방 안에 앉아 신의 새라 불릴 만큼 아름다웠던 상아부리딱따구리의 사진을 본다. 이제껏 당연하게 누렸던 문명의 혜택이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 얻은 편익만 같아 마음이 가라앉는다. 인간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 다른 생명을 멸종시킨단 말인가. 모든 생물이 사라지고 인류만 남은 지구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부디 신의 새가 멸종이란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고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어디선가 노래하며 살고 있기를.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