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11일 회원을 상대로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개시했다. 개원의가 다수인 의협 회원 구성을 고려하면 총파업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결과 찬성이 많아도 과거와 달리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가 구성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일주일 동안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의협은 노동조합이 아닌 데다 개원의 역시 노동자가 아니라 총파업은 집단휴진(진료 거부)을 의미한다.
의협 관계자는 “무조건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대화를 하고 안 되면 총파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회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파업 설문조사를 일종의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협은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 상황은 2020년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의료계가 총파업을 벌였을 때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당시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현장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주도하면서 의료 공백이 컸다. 동네의원 휴진율이 6~10%에 그쳤지만 전공의 휴진율은 70~80%에 달했다.
반면 이번 총파업을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대전협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불거진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데서 그쳤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졸속 행정을 중단하고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는 수준의 언급만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의 대화는 이어나가면서도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복지부는 보건의료 단체의 파업·휴진에 대비해 진료대책을 점검하는 보건의료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