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차게 식었다. 외국인 용병 소식만 간간이 들릴 뿐, 마지막 FA 계약으로부터 열흘도 더 지났다. 11일 골든 글러브 시상식을 기점으로 시장에 온기가 다시 돌지 주목된다.
초반 분위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19일 이적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4건의 계약이 연달아 쏟아졌다. 첫 주자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였다. 협상 공식 개시 이틀 째인 20일 원소속팀과 인센티브 포함 4년 최대 4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안치홍의 깜짝 한화 이글스행, 베테랑 대타요원 고종욱의 KIA 타이거즈 잔류 소식이 뒤따랐다. KT 위즈의 수호신 김재윤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12월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야수 최대어 양석환이 4+2년 최대 78억원에 두산 베어스에 남기로 한 뒤 열흘 넘게 후속 계약 소식이 끊겼다. 연말을 맞아 각종 시상식과 구단별 행사가 이어졌지만 이적 시장은 잠잠했다. LG 트윈스 좌완 함덕주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이 그나마 화제였다.
FA 승인 선수 19명 중 14명이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에 대비한 전략의 일환으로 FA를 신청한 오지환을 빼도 13명이 남았다. 예년보다 확연히 굼뜬 페이스다. 지난 겨울엔 FA 승인 선수 21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4명이 골든 글러브 시상식 전에 행선지를 확정 지었다.
올해 미계약자 중엔 수요 있는 선수가 여럿이다. A등급 대상자 홍건희(두산) 주권(KT)을 비롯해 올해 토종 최다승 투수 임찬규(LG) 등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잔류 쪽에 무게가 실리나 이름값만 놓고 보면 뒤지지 않는 오승환(삼성) 김선빈(KIA)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FA 미아 사태를 우려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날 골든 글러브 시상식을 계기로 각 구단이 협상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갈 길 멀긴 외국인 선수 영입전도 마찬가지다. 아직 한 명도 계약하지 못한 팀이 여럿이다. LG와 KT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각각 오스틴 딘·케이시 켈리, 멜 로하스 주니어·윌리엄 쿠에바스와 계약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날 로니 도슨과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도슨은 57경기에서 타율 0.336 3홈런 29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도슨은 “KBO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