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당선자는 ‘친중’인 홍콩 구의원 선거

입력 2023-12-11 04:02
홍콩 구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 11일, 한 남성이 친중 일색인 후보들의 포스터가 걸린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중국 후보들로 채워진 홍콩 구의원 선거가 10일 실시됐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범민주 진영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직선제로 선출하는 의석수도 대폭 줄면서 투표율은 역대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홍콩 전역의 6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오후 7시30분 기준 투표율은 24.53%로 집계됐다. 최종 투표율은 3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선 구의회 470개 의석 중 선출직이 88석(19%)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각 지역 위원회가 선출하는 176석, 정부 임명직 179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 몫 27석으로 의석 구성이 바뀌었다.

유권자가 직접 뽑는 88석을 두고 171명이 출마 자격을 얻었는데, 이 가운데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이 가장 많은 44명의 후보를 냈다. 민주 진영 후보 없이 구의회 선거가 치러진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11월 반정부 시위 와중에 실시된 구의원 선거가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난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당시 투표율은 71.2%를 찍었고, 범민주 진영은 전체 의석의 94%였던 선출직 452석 중 392석을 싹쓸이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고 2021년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면서 민주 진영은 급속도로 붕괴됐다. 선거제 개편 후 2021년 12월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는 민주 진영의 보이콧과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역대 가장 낮은 30.2% 투표율을 기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