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준석 때 되면 만날 것”… 신당엔 “늦지 않게 결단”

입력 2023-12-11 04:06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신당 창당과 관련해 “실무적인 세세한 일들이 굉장히 많은 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리가 호수 위를 다닐 때는 물 위에 떠 있는 것만 보는데, 물밑에서 수많은 일들이 있는 것”이라며 “그 일을 누군가는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결단 시점과 관련해선 “늦지 않게”라고 짧게 답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여부와 관련해 ‘실무’ ‘준비’ 등의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사실상 실무적으로 창당 준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에 대해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를) 금방 만나겠다든가 그런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무능과 부패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망가트리고 있는 지금의 양당 지배구조를 끝낼 것인가, 거기서 탈출할 것인가의 선택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당 지배 구조를 겨냥해 ‘무능과 부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도 그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함께하겠다고 뜻을 보인 인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타진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억지로 요구하거나 그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지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연말까지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신당’이 현실화려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동참이 필수다. 현재까지는 탈당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비명계 ‘공천 학살’이 이뤄질 경우 ‘이낙연 신당’으로 옮기는 의원들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김부겸·정세균 등 문재인정부 국무총리들과의 연대설도 관심사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은 “목표가 대권인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는 건 어렵다”면서 “어느 누가 이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에 참여하는 모양새를 보이겠냐”고 되물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자기 식구들을 챙기기 위해 과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신당 창당 위협은 측근들의 공천 보장을 촉구하는 압박용 카드”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MBN 방송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날 준비는 돼 있다”면서 “생각을 듣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내가 어떤 울타리를 쳐놓고 ‘들어오시겠습니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와 통상적인 교류는 했지만,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