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기준 미달 땐 승인 불허… 준공 지연에 ‘입주 떠돌이’ 우려

입력 2023-12-11 04:07

정부가 층간소음 기준을 못 맞추면 준공을 허가하지 않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한 가운데 이 정책이 시행되면 예비 입주자 상당수가 ‘입주 떠돌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을 신청한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조만간 층간소음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층간소음 기준을 맞춘 아파트만 준공을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준공되지 않은 아파트는 입주 절차가 전면 중단된다. 입주가 지연될 경우 발생하는 지체보상금 등 금융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극약 처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사이 10배 늘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준공 허가 신청은 건물을 다 짓고 난 뒤의 최종 단계다. 일정대로 준공이 되지 않으면 예비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사·잔금 납부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다. 금융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예비 입주자의 피해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인상 부담도 크다. 층간소음 대책이 시행되면 민간 분양가나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민을 위해 공급하기로 한 ‘공공주택 50만 가구’도 분양가 인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공공주택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준에 맞추려면 그만큼 건설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국토부가 지난 9월 사전청약을 한 인천계양 지역 84㎡형의 추정 분양가는 5억2751만~5억2770만원이었다. 층간소음 대책을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어서 향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설계비용이나 시공비용 등 (관련 금액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단가 인상분을 부담하는 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준공 승인 불허가 근본적인 층간소음 대책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층간소음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벽식 구조’ 대신 ‘기둥식 구조’로 설계 방향을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규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층간소음을 원천 차단하는 길은 요원하다”며 “기둥식 구조로 지을 수 있게 유도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