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사업 민간기업에 개방”… ‘LH 건설 카르텔’ 깬다

입력 2023-12-11 04:06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공공주택 사업 일부를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관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LH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철근 누락 사태 등 부실시공을 일으켰다고 보고 설계와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외부 기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도 강화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장관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LH 혁신안’을 발표한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양천구 영웅청년 주택 간담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혁신안과 관련해 “방향은 이미 (고강도 혁신으로) 얘기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민간기업의 공공주택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그동안 공공주택 사업은 LH가 시행하고 민간 사업자가 시공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지난 4월 철근 누락 사고가 불거졌을 때 LH의 이런 독점이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토부는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런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공공주택 사업을 경쟁체제로 바꾸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공공주택 사업을 시장에 맡기면 낮은 분양가로 고품질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LH 독점체제에 비해 시공 및 감리상의 부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공공주택 사업에서 민간의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LH가 가진 공공주택 건설의 설계·시공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키로 했다. 감리업체 선정 및 관리 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넘긴다. LH의 힘을 빼기 위한 작업이다. 혁신안이 적용되면 공공주택 설계와 시공, 감리 간 상호 검증체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LH 퇴직자 심사체계 변경도 고민 중이다. 재취업 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규모를 퇴직자의 30%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부장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는 퇴직 시점부터 3년 이내 공공발주 공사 입찰이 제한될 전망이다.

전관근무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업체도 현재 200여곳에서 4400여곳으로 20배 넘게 늘린다. 국토부는 부실시공 사고의 원인이 전관예우 등에 있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5배 한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이르면 이번 주 LH 혁신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LH 내규 개정과 후속 입법 조치에 돌입할 예정이다. LH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건설 카르텔’을 완전히 혁파하려는 의도다.

지난 4월 인천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 공공주택에서 철근 누락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설계·감리업체의 부실로 사고가 이어졌는데 이들 업체는 대부분 LH 출신이 근무하는 전관업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