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앞에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예상되는 대법관 2명 공백 사태의 신속한 해결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법부 보수화 및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일색 우려를 해소하는 대법관 임명제청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새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실력과 다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일어난 사법부 정치 편향 논란을 불식시키고, 불편부당한 사법부 외양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지난 8일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에 즉시 착수했다. 오는 12~18일 후임 대법관 후보군 및 추천위원회 외부위원 3명 위촉을 위한 추천 절차를 진행한다. 두 대법관은 내년 1월 퇴임하는데 대법관 임명 절차는 통상 절차 개시부터 최종 임명까지 3개월이 걸린다. 이들을 포함해 내년에만 대법관 6명, 2026년 추가로 2명이 교체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을 받아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이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독립성을 지킬지가 관건이다.
조 대법원장은 엄격한 법 규정 해석을 중시하는 ‘문언주의자’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법리에 밝은 보수 성향 엘리트 법관들로 대법원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다만 법원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원칙주의자인 만큼 이념적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10일 “제청 과정에서 실력과 다양성 중 어느 하나를 우위에 두지 않고 같이 보겠다는 게 새 대법원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명망 있고 법률적 실력이 있으며, 재판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대법관 대부분이 바뀌기 때문에 대법원장 임명제청권이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인품과 실력이 선제조건이 돼야 하며, 그런 분 중 성비와 지역, 학교를 맞추는 구성의 다양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도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행정처장이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절대 의혹을 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새 대법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법권의 독립’”이라며 “대통령이든 다수당이든 어떠한 권력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사법부 본연의 자세를 보이는 것, 그런 외양을 갖추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