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펀드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구체화하며 증시에서도 행동주의펀드 타깃이 된 기업의 주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23% 오른 12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이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에 나섬에 따라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팰리서캐피탈은 지난 6일(현지시간) 연례 손(Sohn) 런던 투자 컨퍼런스에서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발표 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사이에 250억 달러(약 33조원) 상당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 22조원 수준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실질적으로 50조원 이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가치 격차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 가속화, 이사회 다각화, 리더십 강화,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개선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도 지난달 삼성물산에 주주서한을 보내 보통주 1주당 4500원을 배당하고 내년 말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 할인율이 매우 크다고 보고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행동주의펀드는 활동이 열매를 맺고 있다. KT&G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에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토종 운용사인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은 내년 초까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실시 6주 전까지는 주주제안 안건을 서면으로 제안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주제안 외에도 주주서한 발송, 경영진·이사회와의 대화, 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 전개 등 비공식적 경로 활용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