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뒤처졌고, 중국 내 토종 브랜드의 입지가 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혼다와 광저우자동차그룹의 합자회사인 광치혼다는 최근 파견 직원 900명을 해고했다. 1998년 설립된 광치혼다가 대규모 해고를 하기는 설립 이래 처음이다. 광치혼다는 “해고가 아니라 인력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광치혼다의 생산량은 76만7800대, 판매량은 74만1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4.93% 줄었다. 올해 1~10월 판매량은 21.55% 적은 49만9400대에 그쳤다. 외신은 “광치혼다는 대부분 내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다”며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요타도 최근 중국 국영기업인 디이자동차와 합작해 만든 톈진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도요타 측은 “설비 노후화 등에 따른 생산 시스템 최적화를 위한 목적으로 미리 계획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는데, 업계에선 판매 부진이 진짜 이유라고 본다. 도요타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10년 만에 감소했다. 올해는 1~10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6% 떨어진 155만7555대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아예 중국 시장 철수를 택했다. 2019년 12만3581대에서 지난해 3만1826대로 60% 이상 감소하는 등 판매 부진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2023회계연도 상반기(4~9월)를 보면 닛산과 스바루 등도 중국 시장 내 매출이 각각 37%, 20% 줄었다.
일본 업체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급격히 늘고 있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점, 현지 기업이 값싼 차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점 등이 꼽힌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현지 차량의 1~10월 누적 점유율은 55.3%에 달한다.
업계는 일본 차가 역동적인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일본 닛케이 등 외신은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도 중국에서 매출 감소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