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9240억’ 초대박… 스포츠史 다시 쓴 오타니

입력 2023-12-11 04:04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가 스포츠 역사를 뒤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세계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탄생을 알렸다. 또, 받게될 금액 중 상당 부분을 나중에 받는 계약 방식을 택해, 향후 메이저리그(MLB) 전체에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타니는 10일 LA 다저스와 자유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저스를 나의 다음 팀으로 정했다”며 “선수 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다저스와 전 야구계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를 통해 알려진 오타니의 계약 규모는 10년간 7억 달러(약 9240억원)다. 2019년 LA 에인절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마이크 트라웃과 맺은 12년 4억2650만 달러 계약을 아득히 뛰어넘은 야구 사상 최고의 ‘빅 딜’이다. 총 지급액으론 리오넬 메시가 2017~2021년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계약(6억7400만 달러)보다도 한 수 위다.

연평균 보수도 압도적이다. 산술적으론 연평균 7000만 달러를 받는 셈인데, 이는 스몰마켓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23시즌 연봉총액을 웃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 선수단 전체 연봉과도 각각 300만 달러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번 계약엔 전례 없는 수준의 지연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등 빅리그 유력 소식통들은 오타니가 받게 될 돈의 과반이 지연 지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승에 목마른 오타니가 자신의 대형 계약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오타니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면 다저스는 다른 선수에겐 돈을 쓸 여지가 줄어든다. MLB는 팀 연봉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사치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팀 간 전력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지연 지급을 통해 다저스는 사치세 부담을 덜고 추가적인 스쿼드 보강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올 시즌 전부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5억 달러 시대’를 열 재목으로 관심을 받았다. 개막 후 투·타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몸값은 치솟았고, 부상으로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미국 진출 이래 2번째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을 훌쩍 웃도는 초대형 계약에 골인했다. 대항마의 부재나 독보적인 마케팅 기대 효과 등도 복합 작용했다.

2024시즌엔 오타니 특유의 ‘이도류’를 볼 수 없다. 페넌트레이스 도중 당한 부상 때문이다. 다만 올해 44홈런을 터뜨린 타석에서의 존재감만으로도 다저스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중심을 잡았던 기존 타선에 날개를 단 격이다.

국내 팬들에게도 오타니의 계약은 남다른 의미를 띤다. 내년 3월 20~21일 MLB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개막전이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주전 내야수인 김하성과의 진검승부도 기대할 만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