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 달간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반격 이후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미 전역의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이 각각 43%, 47%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조 맨친까지 포함한 5자 대결에서는 바이든이 31%로 트럼프(37%)에게 6% 포인트 차로 밀렸다.
에머슨대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지지율은 43%로 트럼프(47%)보다 4% 포인트 낮았다. 온라인 뉴스매체 메신저와 해리스폴 공동조사에선 바이든(40%)과 트럼프(47%) 지지율 격차가 7%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조사에서도 트럼프는 46.7%를 얻어 바이든(44.7%)을 앞섰다. 바이든은 지난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만 트럼프와 지지율 동률(43%)을 이뤘다.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압도하기 시작한 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본격화한 이후부터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박빙 대결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바이든은 미국 내 아랍·무슬림계와 18~34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지가 급락했다.
지지층 이탈은 국정 수행 지지율에서도 드러났다. WSJ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응답자는 61%까지 치솟았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한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가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은 민주주의”라며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말 그대로 위태롭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