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업했던 무연탄 광산이 문을 닫은 이후 강원도 태백시를 가로지르는 소도천은 붉은색으로 물들기 일쑤였다. 폐광한 인근 함태탄광에서 나오는 침출수 속 철 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며 산화 작용을 일으킨 탓이다. 여기에 망간까지 뒤섞인 오염수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8일 찾은 소도천의 물줄기는 맑다 못해 투명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2021년 11월에는 멸종위기 1급인 수달 서식도 포착됐다고 한다. 정영국 한국광해광업공단 강원지사 시설운영팀장은 “수질이 회복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소도천 수질의 극적인 회복은 정부가 광업으로 발생한 피해(광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이후 일어난 변화 중 하나다. 10일 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475개에 달하는 전국 휴·폐광산 중 별도 오염 정화 시설이 필요한 곳은 189곳으로 파악된다. 이 중 한 곳인 함태탄광의 경우 특히 오염이 심각한 곳으로 분류된다. 공단은 2004년 10월 수질 정화 시설을 설치한 이후 현재까지 20년간 수질을 정화하고 있다.
함태탄광 갱내에서 흘러나온 물을 5단계 처리 시설을 통해 철과 망간을 걸러내는 데 48시간이 걸린다. 걸러 내는 찌꺼기(슬러지) 양만 해도 연간 6000t이다. 이 중 3분의 2 정도는 쌍용C&E에서 시멘트로 재탄생한다. 물도 소도천으로 방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 하이원스키장 슬로프의 인공 눈으로 쓰인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소방헬리콥터에서 살포하는 소방용수로 쓰이기도 한다. 공단에서 수질 정화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엠제이테크의 박용훈 소장은 “정화하고 난 물은 사실 마셔도 무방할 정도”라고 말했다.
소도천은 폐광 지역 수질 정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다른 폐광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월 마련한 ‘4차 광해방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복구 완료율은 21.8%에 그쳤다. 1~3차 기간 예산이 계획 대비 58.8%만 투입된 탓에 예정보다 완료율이 떨어졌다. 오염이 심각한 곳 중 함태탄광처럼 수질 정화 시설이 설치된 곳은 59곳에 불과하다.
폐광 지역의 경제 회복도 숙제로 꼽힌다. 복합리조트로 재탄생한 강원랜드처럼 성공 사례도 있지만 대다수 지역은 인구 소멸의 길을 가는 중이다. 태백시의 경우 1985년 11만여명이던 인구는 올해 기준 4만명을 밑돈다. 공단과 강원랜드 관계자는 “광해 방지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이 재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정선=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