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선보인 ‘로제타’는 조선에서 44년간 근대 의료와 교육에 헌신한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브로드웨이 상업 연극에 맞선 ‘오프 브로드웨이(Off Broadway) 운동’의 기수이자 미국 최초 아방가르드 극단인 ‘리빙시어터’(The Living Theatre)가 한국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과 함께 선보였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보내고 미국에서 성장한 뒤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요제프 케이(김정한)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 1월 쇼케이스를 광주와 서울에서 선보인 뒤 이번에 본공연을 올렸다.
무대에는 리빙시어터 배우 3명과 마방진 배우 5명 그리고 연주자 3명이 올라갔다. 배우 8명은 모두 로제타로서 인물 안에 내재된 여러 자아를 연기하는 한편 로제타 주변의 인물들을 연기하기도 한다. 연극 ‘로제타’는 주역이 없지만 배우들 모두 똑같이 중요한 리빙시어터 특유의 ‘앙상블 테크닉’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 리빙시어터는 원래 연출가도 연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연출가 케이는 연기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연주(건반과 기타)로 이번 무대에 섰다.
사실 연극 장르의 국제 협업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쉽지 않다. 그동안 협업의 의미에만 방점이 찍히고 공연 완성도를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로제타’의 경우 작품의 소재와 형식 면에서 협업의 의미를 잘 살렸다. 무엇보다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되는 이 작품은 언어 문제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배우가 영어로 로제타를 연기할 때 또 다른 한국 배우가 로제타의 내면을 한국어로 연기하기 때문이다.
광주=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