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으로… ‘코리안 드림’ 꿈꾸는 나그네에 복음의 씨앗 뿌린다

입력 2023-12-11 03:02
타문화권 선교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심성재 목사가 지난달 25일 전남 영암 YJC인터내셔널교회에서 네팔어 성경을 들어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과 식자재를 납품하는 아시안 마트를 지나니 빌라 단지가 나타났다. 골목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나무로 마감된 한 건물이 보였다. 외벽에는 ‘한국어 교실로 초대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타문화권 선교를 하는 전남 영암 YJC인터내셔널교회(심성재 목사)다.

한국도 선교지입니다

심성재(57) 목사는 1997년부터 16년간 카자흐스탄과 쿠웨이트 등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미국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에서 교역학 석사를 마친 그는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석사를 한 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이다. 이 같은 해외 경험은 타문화권 사역을 하는 자양분이 됐다.

카자흐어와 영어를 하는 심 목사는 현재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과 영어도서관을 운영하고 외국어 예배도 드리고 있다. 낯선 땅에서 언어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는 그는 자신 또한 나그네로 살며 차별과 설움을 겪었던 게 사역의 동력이 되고 있다.

심 목사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지난해 법무부 통계 기준 224만명을 웃도는데 인구대비 4%가 넘은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위치한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는 대형 조선소와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어 유독 외국인 체류 비율이 높다. 중국과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15개국에서 온 외국인이 주민이다. 1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암군에 등록된 외국인 주민 수는 8008명이다. 이 비율은 14.2%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심 목사는 주일 오전 한국어 예배를 비롯해 오후에는 중국어 예배를 드린다. 영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 언어 예배 공동체는 토요일 저녁에 모인다. 화요일 저녁에는 목포대학교 석·박사 과정에 있는 네팔인이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출신 교인과 영어로 예배를 드린다. 한국어 교실과 영어 도서관 프로그램도 인기몰이하고 있다.

공동체 형성 비결은 ‘신뢰’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민들이 한국어교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심성재 목사 제공

나그네들을 돕는 심 목사의 사역은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데 효과적이다. 심 목사는 임금체불 문제와 통역 지원, 병문안과 교회 장소 대여 등을 통해 외국인 주민과 신뢰를 쌓고 있다.

무슬림이었으나 심 목사에게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에를란(29)씨가 대표적이다. 둘의 만남은 어느 날 새벽 에를란씨가 심 목사에게 한 전화에서 시작됐다. 월요일 새벽, 에를란은 심 목사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목사님. 배가 너무 아파요. 진통제를 먹었는데 낫질 않아요. 도와주세요.”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심 목사는 서둘러 에를란씨를 차에 싣고 목포기독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급성 맹장염이었다. 당장 수술을 할 수 없어 진통제를 맞으며 통증을 완화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하기로 했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게 큰 문제였다. 지역교회 교인들이 자기 일처럼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이런 사랑으로 목숨을 건진 그는 이를 계기로 세례를 받고 심 목사와 형제처럼 지낸다. 이때 맺은 관계는 그가 한국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심 목사와 매일 연락을 한다. 심 목사가 보낸 QT(말씀묵상) 내용을 읽고 묵상한 뒤 신앙 고백을 하기 위해서다.

복음의 사각지대를 뚫어라
전남 영암에 있는 YJC인터내셔널교회 전경. YJC는 모교회인 전남 목포 양동제일교회(Yangdong Jeil Church)의 영문 이니셜이다.

에를란씨는 카자흐스탄과 튀르키예 등을 거쳐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심 목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뿐 아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인도인들도 심 목사를 만난 뒤 복음을 접했다. 심 목사는 “선교지에서도 결신자를 얻는 게 어려운 일인데 오히려 국내에서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며 “국내 타문화권 사역이 복음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직접 사역을 해보니 이곳이 바로 선교지가 됐다”며 반색했다.

그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고국에서 지식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네팔에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한국에서 유학하는 예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이 한국에 있을 때 많이 힘들어하는데 이때 도와주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회사가 도울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분을 교회가 감싸야 한다”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게 바로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심 목사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자발적으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교회가 이들과 상생하며 섬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영암=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