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2024년 세계와 한반도

입력 2023-12-11 04:02

2024년 세계와 한반도 정세는 어떠할까. 2024년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세계 의제가 해당국 국내정치 변수에 의해 조정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 대리전 성격이 강한 대만 선거가 1월 13일 실시된다. 반중·친미를 표방하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부총통과 친중파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중도로 분류되는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 간 3파전이다. 현재까지 라이칭더 부총통이 유리하나 과반 득표 여부 등 변수가 남아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은 대만에서 미·중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한반도 군사분쟁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중 총통이 다시 등장하면 중국과 심각한 긴장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여겨지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은 러·북 간 무기와 기술 거래로 한반도에 직결된 문제임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은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북 간 협력이 한국을 겨냥하는 실존적 위협이 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명목상의 대선을 치러 무난히 재선할 것이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월 대선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되고, 국내적으로 부패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대만 문제로 인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의 주도권 확보 등은 북한 김정은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김정은은 작년 12월 “국제관계 구도가 ‘신랭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된다”고 밝힌 이래 올해 9월 “제국주의 반동세력에 의해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한다”고 천명했다. 진영이 구축돼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고착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 고립에서 탈피하고 핵 보유 정당화 기제를 얻게 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은 북한을 자산으로 삼고 더 큰 지지를 표방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할 것이다. 중·러가 북한과 더욱 연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은 북한이 가장 주목하는 내년도 정치 일정이다. 2019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표방한 ‘정면돌파전’의 일차 목표 지점이기 때문이다. 정면돌파전은 대미 적대시 정책을 기반으로 핵 능력 고도화를 추구한다. 정찰위성의 성공적 발사로 ‘눈’을 확보한 북한이 고체연료 화성-18형을 완성해 강력한 ‘주먹’을 가진 후 미 대선 결과를 보고 담판에 나설 수 있다.

여전히 “김정은이 나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떠벌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북한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조 바이든이 재선하더라도 북한은 크게 불리하지 않다.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 1월 이후 북한은 그간 쌓아온 핵 능력을 밑천으로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려 할 것이다. 대화를 재개해 일부 핵 시설을 동결하고 해체하는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모색하려 한다. 이에 호응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므로 핵 군축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은 긴장해야 한다. 북한이 의도하는 구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고수하고, 한·미·일 협력을 더욱 굳건히 제도화하면서 나토 동맹국과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대선을 고려한 대응책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만과 우크라이나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들 사건은 한반도와 직접 연계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