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사진) 작가는 2014년 저서 ‘분노사회’를 통해 한국 사회의 집단적 대립과 갈등이 분노로 표출되는 현상을 짚었다. 당시 그는 한국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갈라졌고 지역 간에, 정치 성향 간에 격화된 갈등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쏟아내기 시작한 현상을 포착했다.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 정 작가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3년 대한민국의 ‘분노’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 진보 대립이 격화됐던 2014년엔 집단과 집단이 가까이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사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간과 인간이 너무 멀어지면서 타인들을 쉽게 대상화하고, 너무 쉽게 혐오하고, 쉬운 방식으로 분노하고 매도하는 것이 흔해진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구경꾼들의 사회’로 변화한 것 같다고 규정했다. 올해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들을 보면서 현실 속 사람들을 마치 게임 속 대상처럼 공격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구경꾼 현상과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격리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타인을 직접 접촉하기보다 집에서 각자 인터넷 세상에서 스크린 너머의 대상으로 구경하고 있다”며 “그러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몰려가서 구경꾼 입장에서 평가하고, 재단하고, 혐오하고, 조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이 심해지고, 구성원 간 연대가 부재한 상태에서 포용적인 사회적 연대의 회복을 중요한 해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개개인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이 철저하게 존중받으면서 구성원들의 직업, 학력, 재산, 지연 등과 무관하게 맺어지는 포용적인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작가는 “삶에서는 돈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유대, 즉 감정적인 지지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인에게 남은 것은 돈과 소비밖에 없어 사람들은 항상 짜증과 분노가 섞인 히스테리적인 상황에 있다”며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연대를 고민해야 하는데 새로운 공동체라는 것은 개개인이 철저하게 존중받으면서도 집단에 억눌리지 않는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