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폭 발생 땐 ‘경험있는’ 전담 조사관이 담당한다

입력 2023-12-08 04:05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교대생들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교원 민원 처리 방식·과중 업무 개선, 교사 정원 확대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 대신 전담 조사관이 사안을 조사하게 된다. 전담 조사 인력은 수사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관이나 학교폭력을 다뤄본 퇴직 교사 등으로 구성된다. 학교폭력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여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교사는 본연의 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취지다. 학교전담 경찰관(SPO) 인력도 10%가량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 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과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부는 전담 조사관 제도를 신설해 현재 교사가 하는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최근 학교폭력 건수 등을 고려해 177개 교육지원청에 약 15명씩 모두 2700명을 배치한다.

전담 조사관은 ‘사안 조사’, 학교와 교사는 ‘교육적 해결’로 역할을 분담한다. 학교는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충족하는지, 피해 학생 측이 동의하는지 등을 따져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사안은 종결하고 피·가해 학생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 자체 해결이 어려운 경우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학교폭력 사례회의’를 통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사례회의는 학교폭력제로센터장 주재 하에 조사관, SPO,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SPO의 역할과 기능도 강화한다. SPO는 현재 학교폭력 예방과 가해 학생 선도, 피해 학생 보호 등의 업무를 한다. 앞으로는 전담 조사관과 관내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한다. 정부는 1022명인 SPO 정원을 105명 늘려 1127명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다 보면 다른 교육적인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었다”며 “SPO 등이 학교 현장에서 역할을 하면 교사는 학교폭력에 대해 교육적 해결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월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내린 지시에 따라 SPO 역할 강화, 전담 조사관 제도 도입 등 학교폭력 대응 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6일 전국 교사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교사는 학부모와의 관계가 있어서 재판관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학교폭력 정도가 심하면 경찰이 이를 담당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이경원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