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34%, 코로나 겪고도 환기 시스템 설치 안해

입력 2023-12-08 04:04
연합뉴스

국내 요양병원의 3분의 1은 코로나19를 겪고도 여전히 기계식 환기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험군이 밀집해 있는 감염 취약시설인데도 오염된 기구를 소독하는 공간과 진료 공간을 분리하지 않은 경우도 40%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이 7일 공개한 ‘2022년 요양병원 감염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 내 기계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65.7%로 집계됐다. 10곳 중 3곳이 자동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요양병원 실태조사는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감염관리 전문조사위원이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질병청은 국내 요양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자가 설문조사를 한 뒤 무작위 140개 표본기관을 선정해 현장 방문조사를 했다.

기계 환기와 자연 환기를 병행하는 경우는 65.0%였고, 자연 환기만 하는 경우가 34.2%였다. 자연 환기는 대부분(74.5%) 하루 4회 이상 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3회 이하에 그치는 경우도 25.5%에 달했다. 앞서 코로나19 유행 당시 요양병원에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염된 기구를 세척하는 장소를 진료 공간 혹은 청결 공간과 분리해서 운영하는 경우는 61.6%였다. 10곳 중 4곳은 공간 분리가 돼 있지 않아 2차 감염 우려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요양병원의 94.7%는 감염병 유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9.1%는 코로나19로 인한 유행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손씻기와 같은 위생수칙은 비교적 잘 지켜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98.6%는 ‘손 위생 수행률’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요양병원 입원실에 손씻기 세면대를 설치한 경우는 54.9%였고, 환자 치료나 간호 업무 공간에 손소독제를 비치한 경우도 대부분(95.3%)이었다. 또 감염관리실 인력 배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조사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청소 지침을 갖춘 경우도 88. 4%였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거치면서 국내 요양병원 감염관리 기반이 향상됐다”면서도 “요양병원은 감염병 발생 시 집단발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의료현장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등 정책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