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깜짝 공개하면서 오픈AI가 앞서가던 AI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구글과 오픈AI, 메타·IBM을 포함한 ‘AI 동맹’ 간 AI 기술 전쟁이 3파전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에 탑재하고 스마트폰에도 장착하는 등 범용성을 무기로 전황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6일(현지시간) 차세대 LLM 제미나이를 전격 공개했다. 당초 구글은 비(非)영어권 언어에 대한 답변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예정됐던 제미나이 출시 일정을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을 뒤엎었다.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도록 훈련된 AI를 뜻한다.
제미나이는 초거대 AI 성능 테스트인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이해(MMLU) 테스트에서 최고 성능 모델인 ‘울트라’ 기준 90%를 기록했다. 이는 오픈AI의 ‘GPT-4’가 기록한 86.4%를 웃도는 역대 LLM 가운데 최고 점수다. 인간 전문가(89.8%)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MMLU 테스트는 수학, 물리학, 역사, 법률, 의학 등 57개 주제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제미나이는 주요 AI 성능 평가 32개 항목 중 30개에서 GPT-4를 앞선다. 파일로만 인식 기능이 가능한 GPT-4 터보와 달리 실시간 시야 인식 능력도 갖췄다. AI 카메라로 실제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며 소통할 수 있다.
세 가지 모델로 개발된 제미나이 중 눈길을 끈 것은 스마트폰에 탑재될 수 있는 ‘제미나이 나노’였다. 이 모델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 디바이스 자체에서 가벼운 AI 기능을 활용하는 온디바이스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구글이 지난 10월 공개한 최신 스마트폰인 ‘픽셀8 프로’에 탑재될 예정이다. ‘제미나이 프로’는 이날부터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에 탑재된다. 울트라 버전은 내년 초 출시된다.
AI 개발 전쟁은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전날 메타·IBM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AI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AI 동맹’이 출범했다. 미국 예일대, 코넬대 등 대학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기관도 여기에 참여했다. 동맹은 AI 분야의 ‘개방형 혁신’을 지지하고 빅테크와 학계 등이 기술을 무료로 공유하는 오픈소스를 지원한다. 동맹의 주축인 메타는 지난 7월 자체 LLM ‘라마2’를 출시하면서 관련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바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