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한전 설비 보수 못하나…” 울산 블랙아웃에 불안감

입력 2023-12-08 04:07
울산 남구의 한 사거리에서 6일 오후 정전으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자 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을 계기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망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울산 정전 사고와 재정난은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채 경감을 위해 투자 축소를 예고한 한전의 자구책을 우려하고 있다. 송·배전망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미룰 경우 유사한 정전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5월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연기해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미 지난해 송·배전망 설비 투자 규모를 6조135억원으로 2021년(6조3907)보다 6% 줄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전이 경영난에 빠졌어도 노후화된 송·배전 설비를 교체하거나 관리하는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며 “국내 전력망을 책임지는 한전은 전력 사고 예방에 가장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의 부채로 제대로 된 전력 설비 운영이 될 수 있을까 우려가 크다”라면서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경영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전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507건이던 정전 사고는 지난해 933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용인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가 갑자기 멈춰서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공업도시인 울산에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사태까지 불거진 것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7일 긴급 경영진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정전 피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전은 울산 옥동변전소의 개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난 6일 오후 정전이 발생했고, 15만5000가구에 약 2시간 동안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한전은 28년째 사용 중인 노후 개폐장치 교체를 위해 2개의 모선 중 1개 모선을 휴전해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다른 한쪽 모선의 개폐장치가 문제를 일으켰다. 한전은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