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었다지만 가장 어려웠다… 만점자 1명뿐

입력 2023-12-08 04:07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권현구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표준점수 체계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수능을 의미하는 ‘불수능’을 뛰어넘어 ‘용암수능’으로 불린 2022학년도보다 까다로웠다. 만점자는 단 1명에 그쳤다. 갑작스럽게 발표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정책과 의대 열풍 등으로 늘어난 n수생의 실력을 의식해 난도를 확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지난해 수능 134점보다 16점 상승했다. 국어 교사도 풀지 못하는 ‘국어 31번 킬러문항’ 논란을 일으킨 2019학년도 수능(150점)과 함께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시험이 어려우면 올라간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다. 이 또한 표준점수와 마찬가지로 시험이 까다로우면 높아진다.


상위권 변별력도 상당했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1등급 구분점수는 133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과의 차이가 17점이었다. 1등급 안에서도 변별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1등급 구분점수와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8점이었다. 만점자 수는 64명에 불과해 지난해 371명보다 크게 줄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이었다. 매우 어려웠던 지난해 수학(145점)보다 3점 올랐다. 1등급 구분점수는 133점으로 1등급 내 격차는 15점이다. 만점자는 612명으로 지난해 934명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영어 1등급 비율도 4.71%로 상대평가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돼 등급만 산출된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다. 올해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적었다.

이번 수능은 최근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2022학년도보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변별력이 높았다. 2022학년도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 수학은 147점, 영어 1등급은 6.25%다.


입시 전문가들은 ‘용암수능’의 이유로 의대를 지원하는 n수생의 존재를 의식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은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는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 수학이 145점으로 11점 차이가 났다. 수학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수학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과 수험생들이 문과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욱 높게 나왔다. 다만 수학의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문제여서 문과 침공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경제, 정치와 법이 73점으로 가장 높았다. 윤리와 사상, 세계사가 63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학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학Ⅱ가 80점으로 가장 높았고, 지구과학Ⅰ이 68점으로 가장 낮았다.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사회탐구 최대 10점, 과학탐구 최대 12점이었다.

특히 과학탐구Ⅱ 과목 선택 인원은 변환표준점수를 쓰지 않고 단순 표준점수를 사용하는 서울대와 충남대·충북대 의대 등에서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서울대는 정시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은 n수생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는 재학생 2명, n수생 1명이었다. 올해 수능에는 50만4588명이 원서를 접수해 44만4870명이 응시했다. 응시생 중 재학생은 64.6%, 졸업생 등은 35.4%였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8일 교부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