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 판결에 노동자들 죽어 나가”… 엄마의 울분

입력 2023-12-08 04:04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7일 대법원에서 원청 기업 대표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자 ‘원청의 책임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사망 5주기를 사흘 앞둔 7일 원청 기업 대표의 무죄를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김씨 유족은 “비인간적 판단”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고 한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 아닌가. 대법원의 비인간적 판단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이 인간 취급을 못 받고 계속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던 김 이사장은 “용균아 미안하다” “대법원은 용균이에게 잘못했음을 인정하라”고 외치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의 직장 동료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도 “용균아 미안하다. 5년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싸웠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국노총은 “김씨 사망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결과였다. 젊은 노동자가 밤에 혼자 일하다 목숨을 잃었음에도 원청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한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조장하는 판결”이라며 “여야는 중대재해법 적용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대표인 박다혜 변호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든 개정법을 적용하든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갖춰져 있는 사건임에도 위탁 계약과 원·하청 관계라는 형식에 눈이 멀어 실체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 선고는 그저 법원의 실패일 뿐”이라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