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8배 갑니다’… 조작 문서로 순매수 낚은 에코개미들

입력 2023-12-08 00:04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에코프로비엠 매수를 추천했다는 가짜 보고서에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를 약 9배나 올린 해당 가짜 보고서는 텔레그램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잘못된 판단을 유도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주식 유튜브와 텔레그램 채널을 중심으로 조작된 BOA 에코프로비엠 매수 보고서가 빠르게 확산했다. 보고서 제목은 ‘지구상에서 실적을 초과하는 유일한 주식’이다. 목표가는 1870달러(약 247만원)로 제시돼 있다. 보고서 확산 전 거래일 에코프로비엠 종가는 28만원이었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허점이 많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보고서를 믿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확산 당일인 4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36%나 오른 3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홀로 149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SDI와 양극재 공급 계약 소식이 있었지만 조작된 보고서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의심된다. 한 주식 유튜버는 해당 보고서를 가져와 “믿을 수 없는 국내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아닌 BOA의 의견”이라고 소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BOA는 에코프로비엠을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은행 중 한 곳이다. 지난달 7일 발표한 투자의견은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이고 목표가는 13만원이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 조작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매매 유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위 자체로도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광적인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보고서 조작까지 이어진 것은 상당히 우려할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