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7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최종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부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했다는 게 골자여서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일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이씨가 생존한 걸 알면서도 구조나 송환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살 뒤엔 월북으로 몰아갔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하지 않은 건 고사하고,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이씨 생존 사실을 알고서도 죄다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합참은 9월 22일에 이씨가 생존해 북한군에 발견된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은 서훈 안보실장과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측이 구조해 남측에 알려주겠거니 판단하고 조기 퇴근했다. 통일부·국방부 등 타 기관도 전통문이나 군통신으로 북측에 연락하거나 상부보고 등을 통해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주무기관이 아니란 이유 등으로 상황을 방치했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는다는 속담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테다. 이후 이씨 피살 뒤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게 감사 결과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20명을 수사 요청해 현재 서 전 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당사자들은 그간 “당시 획득 가능한 정보를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한 결과에 따라 대응했다”면서 감사 결과를 부인해 왔다. 그 말을 다 믿는다 해도 적어도 생존 확인 뒤 기관들의 안일한 대응, 북측 호의만 기댄 순진한 판단, 자료 삭제 등에 대해선 사과와 함께 책임도 뒤따라야 할 테다. 단순히 정치보복이라 하기엔 해야 할 일들을 너무 방치했고, 상황 판단과 분석도 너무 형편없었던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