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를 꿰찼다.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한 지 29년 만이다. 최 부회장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고 둘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최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번에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50대를 전면에 배치했다.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 이른바 ‘4인의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났으나 부회장 자리는 모두 유지했다. 최연소 임원 승진자는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34) SK바이오팜 팀장이었다.
SK는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최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 신임 의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주요 그룹이 오너 일가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추세와 달리 최 회장이 최 의장을 요직에 앉힌 것은 그룹 전반에 깔린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그동안 ‘브레인’ 역할을 조용히 해왔고 최 회장 집안과도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냈다. 양가 사이에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1964년생인 최 의장은 60년생인 최 회장보다 네 살 아래다. 최 의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 의장의 아들 최민근(25)씨는 현재 경영에 참여하진 않고 있다.
협의회에는 지동섭 SK온 사장과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각각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과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계열사 사장단은 7년 만에 ‘젊은 피’로 진용을 갖췄다. SK㈜ 사장에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이 선임됐다. SK실트론 사장은 이용욱(56) SK㈜ 머티리얼즈 사장이, SK에너지 사장은 오종훈(55) SK에너지 P&M CIC 대표가, SK온 사장은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맡는다.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48)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는 김원기(53)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보임됐다.
이번 인사에서 신규 선임된 임원은 모두 82명이다. 2022년 165명, 2023년 14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48.5세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한 최 회장의 장녀 최 팀장은 이번에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