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분노… 집에서 화풀이

입력 2023-12-11 04:07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 안에서 분노와 폭력이 자라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고립돼 지내며 가정폭력은 더욱 심화했다.

국민일보가 10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건수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증가했다. 상해 범죄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8년 8151명이었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19년 1만2042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0년 1만153명, 2021년 1만540명, 2022년 1만272명으로 1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전체 가정폭력 범죄 중 평균 70.89%를 차지했다.

어긋난 분노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로도 향했다. 아동학대 범죄 건수는 2018년 3693건에서 서서히 증가하다 2021년 1만572건으로 급증했다. 가해자 79.08%가 부모였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활동이 제약·통제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나 반발심 등이 분노로 이어지는데 그 분노는 약자인 배우자나 아이, 노인으로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가정폭력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홍미리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112신고는 줄고, 가정폭력 상담은 2020년 이후로 줄었다. 김 전 연구위원은 “신고와 상담의 동반 감소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체계 전환을 위한 연구’에서 코로나19는 피해자의 고립화와 가족 간 갈등,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진단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정폭력 피해가 도움 요청이나 신고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사회 전반적인 분노를 잠재우는 것과 함께 피해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