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접수 10년새 2배 넘게 증가… “남용” vs “수사 현대화”

입력 2023-12-07 04:04
뉴시스

사법부 양대 수장인 대법원장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이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잇따라 검찰 강제수사 관련 문제의식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강제수사 통제 방안으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및 조건부 구속영장 도입 문제를 동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에 접수되는 압수수색영장은 10년 새 2배 넘게 늘었는데 “영장이 남발된다”는 지적과 “오히려 물증 위주 수사로 현대화된 것”이라는 검찰 반론이 엇갈린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6일 청문회에서 “조건부 구속제도 도입 등 개선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대법원장이 되면 바로 착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관련해 “인권보장이 최우선이지만 사회정의를 위한 검찰의 실체적 진실 발견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곳이 법원이라는 점에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검찰 강제수사에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종석 헌재소장도 청문회에서 “언론사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은 또 다른 자유나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면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전반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와 발부가 많아졌고,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데 법원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는 영장 청구 시 판사가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사전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조건부 구속영장은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 등을 달아 석방하는 것이다. 도입되면 200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 도입 못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 강제수사 비판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법조계에서도 일부 강제수사에 선을 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8월 검찰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잦아지는 상황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국민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변호사나 언론사 사무실 압수수색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양적으로도 주요 사건 수사가 과거에 비해 장기화하면서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집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압수수색영장은 18만2259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9만6807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발부율도 2018년 87.7%에서 지난해 91.1%로 높아지는 추세다.

검찰은 단순 수치 증가를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남발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지난해부터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 증거능력이 약화하는 등 구체적 물증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른 압수수색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공문으로 받을 수 있었던 공공기관 자료도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영장이 요구되는 상황이 많다”며 “통신사 가입자 정보 등 신원 특정을 위한 압수수색영장도 청구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심야 조사, 자백 강요 논란 등 진술에 의존하던 과거에 비하면 수사가 인권 친화적으로 변화했고, 그로 인해 장기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