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회유 자백 방식 절망감 느껴”… 공판중심주의 강조

입력 2023-12-07 04:02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사봉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6일 검찰 공소장이 아닌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을 바탕으로 유무죄가 판단돼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지적에는 “저 역시 그렇게 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수원역 노숙 소녀 살인사건’ 무죄 판결을 언급했다. 후보자 본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로 꼽은 사건이다. 조 후보자는 “제가 그 사건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검찰)이 어린 학생들을 회유하는 방식으로 자백을 받아낸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사건은 2007년 5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5세 소녀가 살해된 채 발견된 건이다. 노숙인 A·B씨와 가출청소년 5명이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모두 누명이었고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앞서 기소된 노숙인들의 진술과 가출청소년 5명의 자백 등을 근거로 소년들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는데, 조 후보자는 이 사건 2심 재판장이었다. 1심은 유죄 판결했는데, 목격자였던 B씨가 소년들을 봤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법정에서 “아이들을 본 적 없고, 검사가 벌금형으로 풀어주겠다고 해서 거짓 진술했다”는 B씨 증언을 이끌어냈다. 조 후보자는 5명의 자백도 검찰 회유나 강압에 의한 결과물로 판단하고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홍 의원은 “후보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하에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하고 철저히 공판중심주의로 재판했다”며 “검·경에서 작성된 조서가 당사자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공판중심주의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도 “그렇다”며 동의했다.

조 후보자는 여성 등 대법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특히 선거제(법원장추천제)가 되고 나서 법원장도 여성은 거의 당선되지 않는다. 그것도 시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다만 사형제를 유지하며 새 형벌 유형을 추가하는 게 아닌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를 대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 시점에 대해 “내일 당장 (절차를 시작)해도 내년 3월을 훨씬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는 지난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회 보고 내용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설명 과정이 피의사실 공표로 둔갑되는 것은 법치 무력화”라고 맞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