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액 미리 공개’로 정관 바꾼다고 ‘깜깜이 배당’ 사라질까

입력 2023-12-07 04:04
게티이미지

금융 당국이 ‘깜깜이 배당’ 개선을 위해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정관변경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년부터 ‘배당금 공개 후 주주 확정’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제성이 없는 데다 정관변경 후에도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배당 일정을 고려해 전략을 짜는 투자자들의 혼란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 2267개사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을 마친 상장사는 636개사에 이른다. 전체의 28.1%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85개사, 코스닥에서 451개사가 금융 당국이 이끄는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뗐다.

금융 당국은 정관 변경을 마친 회사들이 올해 결산배당부터 주총 의결권을 가질 주주와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분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12월 말에 미리 투자하고 연초 주총을 통해 확정된 배당금을 확인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배당금 규모를 먼저 알고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기업들이 발 빠르게 ‘배당금 공개 후 주주 확정’ 시스템을 도입할지는 미지수다. 배당 관련 정관 변경 후에도 기존 배당기준일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관 변경에 나선 기업 다수가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배당기준일을 특정일로 정하지 않은 이상 이사회 결의로 현재와 같이 12월 말일 기준 배당기준일 설정도 가능한 것이다.

정관을 변경한 기업들은 새로운 배당기준일 적용에 대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금융 당국 독려에 정관 변경까지는 진행했지만 당장 새로운 배당기준일을 적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이다 보니 아무래도 단번에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삼성전자 같은 큰 기업에서 하는 것을 보고 1~2년 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자발적으로 배당기준일을 주총 이후로 미룬 기업에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시우수법인에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벌점 부과가 유예된다. 또 배당주 투자 시점에 애를 먹는 투자자들을 위해 정관변경 회사 전체 리스트와 배당절차 관련 일정 등도 안내할 예정이다. 이는 오는 11일부터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통합 안내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