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요소 파동’… 기업들 “재고량 충분, 수입선 다변화” 느긋

입력 2023-12-07 00:02 수정 2023-12-07 00:30
정부는 6일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수급 우려와 관련해 중국 외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업체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은 대응 과정에서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허둥지둥거리지만 민간 기업들은 2년 전 일을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춘 모습이다. 다만 수출 통제가 장기화하면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산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주요 비료업체들은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전면 제한하고 내년 2~4분기 수출 물량도 94만4000t으로 축소하기로 자율 합의했다. 요소는 경유차 매연 저감을 위한 요소수의 주원료다. 발전소나 대형 공장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한국은 지난 10월 기준 산업용 요소 91.8%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정부는 범부처 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9월부터 요소 통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이날 회의에서도 공공비축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등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어졌다.

민간에서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기업들은 중국의 통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미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외 다른 수입선도 확보해둬 2년 전과 같은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요소수 선두 업체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입선을 다변화해 놓았다”고 밝혔다. 롯데정밀화학은 내년 3월까지 재고가 있고 그 뒤로도 통제가 계속될 때를 대비해 추가 계약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차량용 요소수 제품인 ‘유록스’를 판매한다.

종합상사들은 정부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물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유사시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외 국가에서 요소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상사들은 차량용 요소수 대체 공급선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멕시코 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산업용 요소를 사용하는 철강사와 정유사 등 산업계도 아직 재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입 통제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사재기 수요가 나타나 단기간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에도 수출 통제 얘기가 있어 사재기 수요로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다”며 “비용 측면을 고려해 재고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와 업계가 공통으로 밝힌 ‘3개월분 재고’가 소진되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중국보다 비싼 동남아 등에서 요소를 들여올 때 드는 물류비만 지원해줘도 바로 해결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제3국으로 수입 다변화를 할 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