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수입선 다변화 한다더니… 中 의존 악순환 딜레마

입력 2023-12-07 04:04
6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직원이 자동차용 요소수 제품을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요소 딜레마’에 빠졌다.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중국발 요소 수급 문제가 불거졌지만 값싼 중국산 요소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량용 요소 공공비축물량을 2배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수급 불안 자체를 해소할 근본적 방안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6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요소 수급 안정화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요소 비축분은 민간과 공공 합산 3.7개월 물량이다. 롯데정밀화학이 베트남산 요소 5000t을 신규 계약하면서 기존 3개월분에서 약간 늘어났다. 조달청은 현재 6000t(1개월 사용분)인 차량용 요소 공공비축 규모를 이른 시일 내에 1만2000t(2개월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요소 부족을 겪고 있는 업체에 공공비축 물량 약 2000t을 조기에 방출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차주단체와 주유소 등에 1회 구매 수량 한도 설정을 요청키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추가적인 수입선을 통한 물량 확보도 추진 중이다. 수입선을 다변화한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차량용·산업용 요소를 수입할 경우 물류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간 26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대책만으로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요소의 수입 구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 요소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2021년 요소 대란 직후 일부 업체가 베트남과 중동으로 수입선을 바꿨다가 품질과 가격이 우수한 중국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요소 단가는 ㎏당 0.705달러지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0.984달러, 0.942달러다. 이에 따라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량 비중은 2021년 83.4%에서 지난해 71.7%로 하락했다가 올해(1~10월 누적) 91.8%로 다시 높아졌다. 가격에 민감한 시장 특성 탓에 수입선을 넓혔다가 다시 중국산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주로 중국 산둥성에서 요소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물류비가 싸서 저렴하게 요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입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위험이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 직접 요소를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 타산이 맞지 않아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소 수급과 관련해 근본적 대책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요소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