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국토부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박상우 귀환에 희망 품는 OB

입력 2023-12-07 04:06

차관을 달지 못한 채 국토교통부를 떠났던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국토부 내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드보이(OB)라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임 장관보다 더 높은 기수의 OB가 복귀하는 선례도 생겼다.

박 후보자는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국토부에서 약 30년 동안 근무한 그는 수차례 차관 승진 후보군에 올랐으나 기획조정실장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이번 장관 인사를 앞두고 입직 동기인 박기풍 전 차관과 김경식 전 차관이 국토부를 떠난 지 8~9년이 지난 만큼 27회의 귀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지난해 퇴임한 노형욱 전 장관이 행시 30회여서 이보다 윗 기수 OB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

통상 관료 출신 장관은 차관으로 근무한 후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임명된 권도엽 국토해양부(국토교통부의 전신) 장관이 그렇다. 권 전 장관은 국토해양부 1차관을 거쳐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권 교체 시기 차관으로 일한 뒤 부처 밖에 나갔다가 장관으로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비록 OB의 귀환이지만 국토부 직원들은 정치인·교수·기획재정부 관료 등 외부인 장관보다 내부 승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직위에 따라 반가움의 정도는 다르다. 부처를 떠날 날이 머지않은 국·실장급은 박 후보자의 귀환을 보며 언젠가 부처에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반면 저연차 사무관은 박 후보자를 외부인과 다를 바 없게 느낀다. 한 국토부 사무관은 “10년 전 함께 근무한 사람들은 반가울 수 있겠지만 또래 사무관들은 (박 후보자를) 외부인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