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후원 반토막·NGO 모금액 30% 뚝… 온정이 얼어붙었다

입력 2023-12-07 03:01

쪽방촌 사람들은 전기장판 한장에 의지한 채 혹한을 견뎌야 하는 계절이다. 연탄을 때는 달동네 주민들은 불경기에 연탄가격까지 올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을 돌보는 구호단체들의 겨울나기 또한 힘겹다. 국내외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따른 후원 손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6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후원하기로 약정한 연탄 수량은 159만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약정 수량(330만장)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후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후원이 크게 줄어든 요인이 크다. 기업 후원의 경우 올해 100곳 정도로 지난해(150곳)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교회 후원도 마찬가지다. 올해 후원교회 수는 28곳으로 2021년 71곳, 2022년 62곳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다만 ‘개미군단’ 개인 후원자는 3300명으로 지난해(3000명)보다 10% 정도 늘었다.

전국의 연탄사용가구는 총 7만4167가구로 2년 전(8만1271가구)보다 7000가구 줄었다. 하지만 서울과 대구 충북 제주 등에서는 같은 기간 2407가구 늘었다. 연탄은행 측은 “가계소득이 줄고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 난로의 사용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호단체의 후원 감소는 연탄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대표 윤종선)는 올해 모금액(비지정 후원금)이 지난달 기준 3억2552만4694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4억4606만7323원)보다 30%(1억2000만원) 가까이 줄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대출이자 상승과 후원자 고연령화와 정년퇴직, 경제침체 등에 따른 후원 중단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교회들도 어려움을 겪었듯이 후원자들의 관심과 마음으로 운영되는 NGO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결핵협회는 크리스마스실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 결핵 예방과 환자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역시 후원 감소로 대책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크리스마스실 판매량은 집계를 정확하게 못했지만 체감상 지난해보다 확실히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실 판매를 한다고 했을 때 일시적으로 실 품절 현상이 있었다. 올해는 그렇지 않으며 신청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2003년 65억원이었던 모금액은 2019년 약 2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후원금 감소는 쪽방촌 거주자들에게는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한겨울 3.3㎡(약 1평) 남짓한 방에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각계 각처의 후원이 ‘생명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8902개의 쪽방에서 513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에만 3516개(39.5%) 쪽방에서 2486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 쪽방 거주자의 48.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등 교계 주요 단체에서 서울 용산과 영등포구 등에 위치한 쪽방을 빼놓지 않고 매년 찾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늪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호단체들은 한국교회의 사랑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탄후원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줄면서 올해 목표치인 300만장을 채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우리 사회 소외 이웃을 위해 850원(연탄 1장 가격)의 사랑을 베풀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유경진 김동규 조승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