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몸집 불려 넷플 대적… 합병까지는 ‘첩첩산중’

입력 2023-12-07 04:06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기 위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의 티빙과 SK그룹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의 웨이브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합병을 향한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양 측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해 합병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 4일 MOU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합병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양 사의 합병설은 이전에도 몇 차례 나왔지만, MOU 단계까지 나아간 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합병의 명분은 뚜렷하다. OTT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근 쿠팡플레이의 공세도 매섭다. 상대적으로 토종 OTT가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OTT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넷플릭스(1223만명)에 이어 쿠팡플레이가 563만명으로 2위에 올랐다. 티빙과 웨이브는 3,4위로 뒤쳐져있지만 두 앱의 사용자 수를 단순 합산하면 978만명에 달한다. 중복 사용자(약 196만명)를 제외해도 단숨에 2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사이에는 미묘한 입장 차가 존재한다. 다급한 쪽은 웨이브다. 웨이브가 지난 2019년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는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된 웨이브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티빙과의 합병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웨이브의 지분 관계가 복잡한 것도 리스크다. 웨이브의 최대 주주인 SK스퀘어 외에도 SBS, MBC, 한국방송공사(KBS)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빙은 구독료 인상, 광고 요금제 도입 등으로 내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 합병에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불을 지핀 것도 SK 측이었다. 2020년 7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MNO 사업부장)는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었다. 지난 7월에도 양 사의 합병설이 흘러나왔으나, 티빙은 당시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합병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성공 시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후 콘텐츠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양 사의 영업이익 흑자 달성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92억원, 웨이브의 경우 1217억원가량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성사되면 K콘텐츠 분야에선 글로벌 OTT에 지지 않을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 입장에선 하나의 플랫폼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