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외부 협력업체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원·하청 근로자의 잦은 사망 사고가 있었던 현대제철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대기업 1호 사례도 현대제철이었다.
6일 오전 9시30분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소 당진공장에서 외부 협력업체 직원 양모(56)씨가 시설 보수 작업을 하던 중 8.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양씨는 현대제철·하청업체 소속 직원이 아닌 외부업체 근로자로 이날 원료공장 핸드레일(난간) 개선 공사 중 자재 반출 작업을 하다 추락사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대전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천안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중지 조치를 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이라며 “사고 원인,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즉시 착수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사 중에서 사망 사고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 만인 3월에만 2건의 사망 사고가 터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19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고용부가 압수수색에 나섰던 당진제철소에서만 12건의 사고가 났다. 가스 누출, 끼임, 실족 등 사고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해 3월 2일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대형 용기(도금 포트)에 빠져 사망한 지 사흘 만에 예산공장에서 20대 하청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금형기)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용부는 현대제철 직원이 예산공장에 상주하는 등 현대제철과 하청업체 사이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관계가 있는 원·하청 도급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재해자가 하청업체 근로자라도 하청업체 사업주는 물론 원청의 경영책임자(대표이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대제철은 안전 사고 개선을 위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 안전 관리 전담 요원을 늘렸지만 사망 사고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사고 발생 즉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깊은 애도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하고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며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과 안전 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후속수습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