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선교의 좋은 도구”… 품새부터 선교까지 다양한 강의

입력 2023-12-07 03:03
고신대 태권도선교학과 1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부산 영도구 고신대 희망관에서 수업을 마치고 도복을 착용한 채 기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고신대학교(총장 이정기) 희망관. 하얀 도복을 입고 검은 띠를 맨 태권도선교학과 1학년 학생 22명이 파란색 매트 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이날 수업은 허보섭 교수의 기도로 시작됐다. “오늘 잠깐 익히는 품새가 훗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쓰임받는 도구가 되길 원합니다.”

오전 수업에서는 태권도 품새의 기본인 공인 품새 ‘태극’을 배웠다. 대부분 태권도 3~4단인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익힌 구분 동작을 척척 수행했다. 학생들이 일제히 주먹을 지를 때마다 도복 자락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기자 눈엔 자로 잰 듯 실수가 없어 보였으나 교수는 결점을 일일이 짚었다. 허 교수는 “손날치기에선 팔꿈치를 조금 구부려야 한다. 발차기를 한 뒤 손이 더 빨리 따라와야 한다. 체중은 뒷발에 실어야 한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했다. 학생들에게 이 수업은 엄청난 걸 배우기보단 몸에 밴 나쁜 습관을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허 교수는 “표준화된 자세를 배워야 어딜 가서든 똑바로 지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심시간 이후 같은 강의실에선 2학년 학생들의 ‘전공 실기’ 수업이 이어졌다. 기자도 내친 김에 도복을 입었다. 태권도가 처음이어서 흰 띠를 매야 했지만 대학에선 찾을 수 없어 태권도 7단인 허 교수의 검은 띠를 빌렸다.

본격적인 수업 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스트레칭을 위해 다리를 찢어야 하는데 90도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차영남 교수는 “상태가 심각하다”며 한 남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태권도 전공자가 사정없이 눌렀던 20초 동안 견디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이후엔 발바닥 경련을 참아가며 앞차기를 배웠다.

마지막 수업은 4학년이 수강하는 ‘스포츠와 태권도 선교의 실제’였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태권도사역부(TIA)에서 사역하는 오현석 선교사가 특강 강사로 나섰다. 오 선교사는 “김해에서 12개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이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내외 태권도 문화 선교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도 “태권도는 선교 도구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을 한 번도 따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가봉 등의 선수들이 태권도로 메달을 땄다”며 “태권도는 비교적 돈이 많이 안 드는 운동인데 훌륭한 지도자 한 명만 있으면 문화 선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태권도선교학과에 기독교인만 진학하는 건 아니다. 학과 측은 오히려 비신자가 두 배 더 많다고 했다. 하지만 진학 이후에는 기독교인이 되기도 한다. 4학년 임연정(가명·22)씨와 이채영(가명·22)씨가 주인공이다.

졸업생은 주로 체육계열에서 일하고 있다. 10명 가운데 6명은 국내외 태권도 지도자를 선택했다. 이외에도 교회·선교단체 체육지도를 비롯해 경찰과 군인, 소방관 등 공무원이 되기도 한다. 태권도선교학과에서는 해마다 목회자도 배출된다.

부산=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