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시어로 복음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입력 2023-12-08 03:04

저는 15년째 교회에서 매주 최종천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그와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세어보니 약 4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있다고 모두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을 아는 것은 역시 말과 글입니다.

이 책은 33년 전 분당중앙교회를 개척하고부터 매주 주보에 실렸던 최 목사의 1500편 칼럼 중에 정수만을 뽑아 묶은 것입니다. 그는 교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같은 푸른 재생지 주보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조인 ‘처음부터 끝까지’의 초심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쓰면서 지내온 것입니다.

언젠가 그의 설교 중에 “신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적어도 100권의 시집은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실제 설교자는 언어의 마술사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다수의 설교자들은 정제되지 않고 투박하고 전투적인 언어를 쓰면서 상처를 주기 일쑤입니다.

최 목사의 칼럼과 설교는 지극히 정제된 시어로 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혀 복음을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쉽게 씁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목자의 마음으로 쓴 목양시(牧羊詩)입니다. 특히 그는 구원 운동도 인간애란 넓은 지평에서 보려고 노력합니다.

책은 인간의 깊은 고뇌와 아픔을 싸매어 치유하면서도 희망과 감사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시어를 선택함으로써 직설법을 쓰지 않고 은유법으로 아픈 영혼을 달래곤 합니다.

최 목사의 목회 철학은 주도면밀하게 계획적이고 철저하게 산술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거대한 메커니즘이 굴러가는 듯합니다. 그에게는 즉흥적이거나 임시방편이 없고 적당히도 없습니다. 그는 긴 안목으로 목적을 가지고 준비하며 설계하고, 또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성도들을 설득해 나갑니다. 결국 이번 칼럼집은 그가 꿈꾸던 구령 운동을 시의 형식으로 복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위대한 신학자이자 정치가, 설교자였습니다. 그에겐 칼럼이 무기였습니다. 대중들이 카이퍼를 만난 것은 일간지 ‘스텐다드’와 주간지 ‘헤럴드’에 매일 실린 카이퍼의 칼럼이었습니다. 그의 칼럼을 모은 것이 불후의 명작 ‘하나님께 가까이’(CH북스)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됐습니다.

카이퍼는 손에서 펜이 떨어지는 순간 임종을 맞은 것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그는 줄기차게 글을 쓰면서 대중들을 일깨웠습니다. 최 목사의 ‘살아있으니 살만합니다’란 책도 그리스도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혀지기를 원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정성구 박사 (전 총신대 총장,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