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을 단 하루를 하더라도 결코 사법부 독립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보수 편향 우려가 나오자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이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적 외풍이 있을 때는 어찌하겠느냐”고 묻자 “당연히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으로 막아내겠다”고 답했다.
그는 사법부 고위직 인사검증을 행정부인 법무부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 후보자는 “최소한 법원의 대법관·대법원장 검증은 법무부가 아닌 다른 데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정치권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비판을 퍼붓는 상황에 대해 “건전한 비평은 받아들이지만 도를 넘는 비난은 삼가 달라”고 했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보복 판결 심판’ 발언에 대한 입장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묻자 “확정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재판 지연’ 해법에 대해서는 “취임한다면 우선 장기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 관리하려 한다”며 “종전에는 법원장은 재판을 하지 않았지만 법원장으로 하여금 장기미제 사건 재판을 우선 담당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 지연 원인은 일하지 않는 법원’이라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제는 일과 가정,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라밸’ 시대라 일방적으로 (업무를)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과 별개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한 점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관에 임명됐다. 조 후보자는 “원세훈 사건과 강제징용 사건 2건 재판에 (외부)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다”면서도 “추호도 그런 일(재판 거래)은 없었다. 왜 저런 오해를 만들었는지 저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전 대법원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의에는 “전임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역대 대법원장의 개혁 조치 중 성공한 부분도, 실패한 부분도 있었다. 전임 대법원장이 실패한 것은 반면교사 삼고 잘한 점은 계승해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법관 모임으로 인해 사법 불신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법관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모임을 하지 않고 정해진 고정관념이 없는 것으로 보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에 조 후보자는 “찾아보시면 저보다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자질 검증 위주로 이뤄졌고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후 6시쯤 첫째날 청문회 일정이 종료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