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위가 ‘숏패딩’ 트렌드를 한풀 꺾어놨다. 올겨울 기장이 짧은 푸퍼 형태의 숏패딩이 키워드로 꼽혔지만, 영하 추위가 시작되자 인기 상위 랭킹을 롱패딩이 휩쓸고 있다. 실용성 있는 패션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바라클라바, 어그부츠 등 따뜻하게 멋을 낼 수 있는 방한 아이템도 인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흘간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롱패딩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11월 14~23일)보다 100%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SI 공식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의 여성 패딩 카테고리 인기 상위 목록에 롱패딩이 대거 올랐다. 인기 ‘톱10’ 중 7개가 롱패딩이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직전엔 숏패딩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패션업계는 멋과 보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롱패딩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롱패딩은 어둡고 투박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슬림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아이보리·베이지·카키 등 밝은 색상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깃에 털 장식을 넣거나 목선을 높게 디자인한 하이넥 또는 퀼팅 디테일이 올해 트렌디한 롱패딩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강조한 방한용품도 인기다. 인터파크쇼핑에서는 지난달 11~29일 방한용품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뛰었다. 판매 수량은 334% 늘었다. 판매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상품군은 모자와 목도리를 합친 ‘바라클라바’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무려 2500% 증가했다. 한물갔다고 평가됐던 어그부츠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터파크 쇼핑에서 어그부츠 판매량은 356% 신장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으로 특가에 나온 직구 제품들이 특히 많이 팔렸다. 인조털을 사용해 디자인과 보온성을 살린 털 슬리퍼도 705%의 큰 성장률을 보였다.
보온에 방점을 찍은 의류도 많이 팔렸다. 안감을 기모 처리한 의류·잡화류는 판매량이 148% 늘었고, 실내에서나 겉옷 안에 걸칠 수 있는 경량패딩은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온 유지를 위한 내의도 판매량이 178% 신장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점점 겨울이 추워지고 있는 만큼 보온성을 강화하면서도 스타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방한 아이템이 인기”라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기보다, 스스로가 만족하고 편안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패션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