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159만CGT(표준선 환산톤수·88척)로 전월인 10월(371만CGT)에 비해 57% 급감했다. 전년 동기 336만CGT와 비교해도 53%나 줄었다.
지난달 한국은 57만CGT(15척)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중국도 92만CGT(59척)의 계약을 따내 지난 2월 다음으로 월별 기준 최저 수주량을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신규 수주가 확연하게 줄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전 세계 누적 수주는 3809만CGT(1545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77만CGT(1811척) 대비 20%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과 중국은 각각 963만CGT(191척), 2209만CGT(973척)를 수주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1%, 5% 줄어든 수준이다.
신규 수주 감소는 2021년과 2022년 큰 폭의 수주로 인한 역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2021년에는 세계적으로 5578CGT 규모의 신규 수주가 있었다. 선박 수로는 2337척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5080만CGT(1912척)의 신규 수주가 나왔다. 2년간 나온 물량을 합치면 무려 1억658만CGT(4249척)에 달한다.
선주들이 2025년 이후 시장에 나올 암모니아 추진선을 사기 위해 선박 구입을 꺼리는 점도 수주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주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암모니아선을 사려고 대기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선주들이 기존 선박을 사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가격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인다. 연초만 해도 매달 200만~400만 달러씩 가격이 올랐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가 멈췄다. 액화천연가스(LNG)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 가격도 주춤거리고 있다. LNG선 1척당 가격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2억6500만 달러로 동결 중이다. 올해 1월엔 2억4800만 달러였다. 지난달 컨테이너선 가격은 10월보다 100만 달러 상승에 그친 2억3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주로 LNG선을 짓고, 중국은 컨테이너선에 강점이 있다. 양 수석연구원은 “선박 가격은 이미 너무 비싸다. 더 비싸지면 선주들이 더 발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 조선사들은 긴장하진 않고 있다. 이미 3.5년 이상 물량을 확보해 일시적인 수주 감소에도 견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에서 LNG선 수요가 있고 암모니아 운반선이나 탄소 포집·저장을 위한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의 물량도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