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 독점 소송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재판이 반환점을 돌았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구글 반독점 재판 결과가 ‘테크 권력’을 재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본다. 구글과 미국 정부는 그간 구글의 사업 행태가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내년 5월쯤 최종 변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가 2020년 10월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으로, 지난 9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사건의 쟁점은 구글이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되도록 애플, 삼성전자 등에 대가를 지급했는지, 이를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협력사에 매년 100억 달러 이상 사용하면서 경쟁사가 검색엔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한다.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구글은 2021년에는 자사 검색엔진 탑재를 조건으로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총 263억 달러를 배분했다. 그 결과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검색엔진 개발사 ‘덕덕고’의 가브리엘 웨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사의 독점 계약 때문에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인터넷은 ‘오픈 웹’이 아닌 ‘구글 웹’”이라며 “구글은 검색 시장 지배력을 인공지능(AI) 산업으로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CNBC는 “기업가치가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빅테크가 구글과 싸우는 건 쉽지 않다고 증언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2002년 구글과 제휴를 맺은 뒤 아이폰 웹 브라우저 ‘사파리’의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해왔다. 삼성전자 갤럭시에도 구글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14일 재판에서 구글이 사파리에서 발생한 검색 광고 수익의 36%를 애플에 지급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검색엔진 기본 탑재는 애플과 정당한 사업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의 검색엔진 사용이 늘어나 광고 수익이 증대됐고, 이는 구글뿐 아니라 애플과 그 주주들에게 이익이 됐다고도 했다. 애플 측 증인도 지난 9월 재판에서 “고객들을 위해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구글은 자사 검색엔진이 경쟁사보다 품질이 좋아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다른 플랫폼 빅테크와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프라바카르 라가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재판에서 “구글의 경쟁 상대는 검색 기능이 없는 틱톡,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도 포함된다”고 항변했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검색엔진 기본 탑재 계약을 한 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이었다는 취지다.
구글은 미 법무부뿐 아니라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8월 구글이 인앱 결제(플레이스토어 등 자사 앱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방식)를 강요하는 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태라며 소송을 걸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